"우리는 충돌하고 부유하는 우주에 갇혀 있다. 최초의 빅뱅으로 우주가 쪼개지며 길고 느리게 퍼져 나간 잔물결 속에 우리가 있다. 가까이 있는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고, 남은 은하들은 서로를 피해 흩어진다. 그렇게 홀로 떨어지고 나면 스스로 팽창하는 공간, 저절로 탄생하는 공허만이 남는다. 그때도 존재할 우주력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존재했는가는 1년 중 딱 하루, 찰나에 깜빡였다 사라지는 빛이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상하게 피어난 삶을 살고 있다. 광란의 존재가 딱 한 번 손가락을 튕기면 모두 끝나리란 것도 안다. 여름에 터져 나오는 이 생명은 새싹보다 폭탄에 가깝다. 이 풍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